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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골함 이야기
유골함에 유골이
담기기 전엔
한없이 자유로운 빈 그릇이었지.
맑은 하늘과 소통하며
뻐꾸기 울면 뻐꾸기 노래 채우고
바람이 불면
찰람찰람 바람을 채웠지.
외로움이 없으니
비워낼 일도 없었지.
무언가로 채워야 할
사랑을 알 나이쯤
낯선 사람의 인생을 태운
이름이 가득 들어차면서
이제는 마음대로 비울 수도 없는
하늘 향해 꼭꼭 봉해진 유골함이 되었지.
2016. 7. 18
『시문학』 2016년 10월호
글
어느 시인의 죽음
시인을 묻고 돌아왔네.
주인 잃은 시들만
떠다니고 있었네.
그가 있어서 반짝이던 세상은
한 이름이 지워져도
빛나고 있었네.
아내도 자식들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허물을 지우듯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곤한 잠에 취하겠지.
친구들도 가끔 술안주처럼 씹다가
언젠가는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그가 키운 시들은
몇 그루나 살아남을까
시인이 비운 빈 자리에
꽃은 피고
아이 울음소리 울린다.
2016. 7. 18
『시문학』 2016년 10월호
글
추모시
삶의 스승
- 임강빈 선생님 보내는 자리에서
선생님을 만나기 전
「청와집」 속의 ‘모일某日’에 반해
내 마음 속에 시의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강릉의 바닷가 선술집에서
처음 술잔을 부딪치며
시를 말씀하실 때
나는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곁에 서면
늘 금강의 편안한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큰 소나무 솔향기가 풍겼습니다.
입 다물고 가만히 계실 때에도
큰 말씀이
마음으로 건너왔습니다.
너무도 따뜻해서
모닥불 같았던
잔잔한 미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마다
“눈보라 속 무수한
나“를 남기고
선생님의 발걸음은 이제
바람이 되신 건가요?
시를 쓰시다 말고
달 따라 가신 건가요?
선생님은 가셨지만
나는 아직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삶의 스승으로 내 가슴에
영원히 피어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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