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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못
도라지꽃 핀 돌무덤은
긴 대못이었다.
웃음꽃 벙글 때마다
어머니 가슴을 찔러
피멍울 맺히게 하는
뽑지 못할 대못이었다.
육이오 사변 통에
돌무덤에 묻혀
밤이면 부엉이 울음으로 울던 형
부엉이 울음 달빛으로 깔리던 밤
부엉이 울음 따라 나도 갈까봐
가슴에 꼭 안고서 지새우던 어머니
기억의 창문 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길고 긴 한평생을 대못에 꽂혀
환하게 웃던 모습 본 적이 없다.
2016. 8. 2
글
석불石佛
눈에는
동자가 없다.
시름만 가득 들어찼다.
코도 귀도 떼어주고
초점焦點 없는 눈만 남아
세상의
온갖 번뇌를
안개처럼 둘렀다.
2016. 7. 30
글
행복
저녁때 집에 돌아오면
집안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아내의 싱싱한 웃음이 맞아주니
행복하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아내의 하루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만이지.
삼십 년도 더 뒤에 등단한 친구에게
수상 대상자에서 밀렸으면 어떤가.
반백년을 시를 썼어도
애송시 한 편 못 남기면 어떤가.
며칠 만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서
잘 있다는 전화가 오고
카카오톡에는 손자 손녀들의 예쁜 사진이 쌓여가고 있다.
받아쓰기 이십 점을 받아오면 어떤가.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시들지 않으면 그만이지.
우리들은 가끔 행복에 취해
평범한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엊그제 낸 시집이 팔리지 않아도
행복하다.
산나리꽃처럼 주위를 밝히는
촛불로 살아가면 족한 일이지
불행을 깎아 시를 빚어서
심금을 울리는 시로 빛나고 싶지는 않다.
201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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