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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2시집-가슴에 묻은 이름에 해당되는 글 70건
- 2007.07.28 정안수
- 2007.07.27 대전(大田)
- 2007.07.26 하회탈
- 2007.07.25 조선 소나무
- 2007.07.24 정(情)
- 2007.07.23 대추
- 2007.07.22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 2007.07.21 공산성(公山城)에서 1
- 2007.07.20 향일암 일출(日出)
- 2007.07.19 낙화
글
제2부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진달래 개나리
생기 있게 피어나는 봄날,
세상 일 모두 놓으시고
훌훌히 떠나신 어머님께
이 작은 노래를 바칩니다.
정안수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을 깨면
이지러진 새벽달빛 창호지에 창백하고
찢어진 문틈으로 보던 어머님의 합장한 손.
한 대접 정안수에 밤 하늘 별을 담아
새벽녘 꿈을 헹궈 자식들 복 비는 마음
살포시 지은 미소에 성스러운 그 눈빛
소쩍새 울음 따라 꽃신 신고 떠났어도
인생 길 어두운 밤 문득문득 밝혀주는
정안수 대접에 담긴 어머님의 큰사랑
글
대전(大田)
계룡산 산자락 아래
늘 넉넉한 마음으로
순하디순한 사람들 모여 사는 곳
백제의 순결이 핏줄마다 남아 있어서
양남(兩南)에서 올라오는 억센 바람도
한밭에서 닦여지면
지순한 목소리가 된다.
금강 물도 여기 와서는
낮은 음성으로 흘러가지만
낮은 곳에서 빛처럼 일어서서
무너지지 않는 큰 힘이여!
가슴 넓은 사람끼리 어깨동무하고
우리 이웃들을 서로 아끼며
골목마다 웃음소리 넘쳐나게 하자.
글
하회탈
이노옴
호령하면 입 꼬리에
미소 일어
봄 호수에 물결 지듯
이랑이랑
번지더니
하회탈
온 얼굴 가득
햇살웃음 익었다.
지워도
날이 서는 아픔을
다독이며
질펀한 농마당엔
신분도
수유인걸
한 세상
흥타령으로
슬픔 맑게 씻은 얼굴.
글
조선 소나무
등 굽혀
팔을 벌려
새 둥지 품에 안고
골물소리 모아다가
산 정기를 빚어내어
청청한
저 목소리로
산을 지키는 어머니.
절벽에
휘늘어져
인간을 굽어보며
하늘 음성 모아다가
발밑에 지란을 길러
산 마음
바람에 실어
물 아래 마을로 띄운다
글
정(情)
가난해도
웃음소리가 늘 담을 넘어오는 집은
앞마당에 햇살이 더 오래 머물고
햇살이 달궈놓은 울타리 틈틈마다
호박처럼 사랑이
더 실하게
여물고……
글
대추
초록빛 그늘 뒤에 숨어
한여름 햇살 받아
단 맛으로 달구어져
부리부리 익은 사랑
정염은 두 볼에 와서
모닥불을 피웠다.
글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소나무들도
풍류를 알아
개성 있게 들 마주 섰다.
균열(龜裂)진 껍질마다
옛 목소리 어리었다.
여름날
오후의 정적을
매미소리 파도친다.
다 가고 없는 정자에
서린
뜬구름 그림자여
부석사 종소리가
물소리에 녹아 있어
세월만
흘러간 뜰에
붉은 꽃은 또 피어났네.
글
공산성(公山城)에서
백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고추잠자리 맴돌아 익어 가는
단풍나무 숲
아랫마을로
신라관광 몇 대
조을 듯 들어서고
하늘이 더 깊숙이
세상 담아주는
무령왕릉 가는 길 위에
역사의 수레바퀴로 날리는
신문지 한 장……
무너진 성 자락 이끼마다 서린
시간의 향기
초가을 맑은 햇살에
헹궈낸 강물 소리로
목을 축이면
나는
옥양목빛 피가 흐르는
아사달이 된다
글
향일암 일출(日出)
향일암 석등(石燈) 안
찰람찰람 고인 고요를
새벽달이 갸웃이 훔쳐보고 있다.
파도 소리에 씻겨진
동백꽃 봉오리마다
세상 밝히는 꽃불을 켜면
먼 수평선 일어서는 눈부신 평화(平和)
관음상 입가에 살포시
미소로 번져….
글
낙화
꽃등인양 불 밝히고
꽃샘바람 속에 서성대더니
해 기울자 날개 접고
내려지는 백목련꽃
바르르 떠는 꽃가지
봄이 지는 아쉬움
달빛은 꽃그늘에
화향을 깔아두고
술잔마다 내려앉아
설렘으로 뒤척이네
반가운 친구와 앉아
지는 봄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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