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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2시집-가슴에 묻은 이름에 해당되는 글 70건
- 2007.08.26 청양 개구리
- 2007.08.25 성묘
- 2007.08.22 가슴에 묻은 이름
- 2007.08.20 흑백사진 ― 思母十題 10
- 2007.08.19 어머니 ― 思母十題 9
- 2007.08.18 어머니 마음
- 2007.08.17 정안수 ― 思母 十題 8
- 2007.08.16 사진
- 2007.08.15 요술 치마
- 2007.08.14 눈물 ― 思母 十題 7
글
제3부
자연의 비명 소리
오늘 개구리 그림자 사라지고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글피에는 물고기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청양 개구리
열려진 차창 틈으로
섬광처럼
개구리 울음 하나 지나갔다.
별똥별처럼
타버리고 다시는 반짝이지 않았다.
칠갑산 큰 어둠은
돌 틈마다 풀꽃으로
개구리 울음 품고 있지만
기침소리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
가슴을 닫았다.
차창을 더 크게 열어봤지만
청양을 다 지나도록 청양 개구리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글
성묘
들국화 한 송이만
반색하는 무덤가에
눈시울 적시며
절하고 돌아서면
내딛는 발자국마다
밝혀주는 초승달
글
가슴에 묻은 이름
올해도 사월 초파일
남가섭암에 올라 영가 등 하나 밝혔습니다.
멀리 산자락 휘돌아 녹음 덮고 누운
당신의 집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깊이 묻었던 당신의 이름을 꺼내보았습니다.
저기 꼬불꼬불한 산길에는
옥양목 치마저고리 백목련 같던
당신의 그림자 보일 듯합니다.
자식들 복을 비시기 위해
겨울 칼바람 눈 덮인 길도
막을 수 없었던 당신의 발걸음.
한국 전쟁 틈에 일곱 살 귀여운 자식
돌무덤으로 보내고,
내가 우등상을 타 올 때마다
얼굴은 환하게 웃으셨지만
마음은 늘 젖어있던 어머니.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라 깬 새벽
달빛 새어드는 문틈으로 보던
정안수 한 그릇,
다곳이 모아진 두 손가에
폭죽처럼 쏟아지던 하늘
그 하늘의 별빛.
자식들 위해 온 생애 바치시고
맨몸으로 떠나신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허공에 띄워주는 작은 영가 등 하나
바람 불고 추운 저승길 한모퉁이 밝혀달라는
이승에서 보내는 내 작은 기도.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려고
날개 파닥이는 등불을 보며
어머니의 생애를 접어
가슴에 묻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묻습니다.
글
흑백사진
― 思母十題 10
어머님의 흑백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색색의 내 꿈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습니다.
새색시 적 해맑은 미소 위로는
대추꽃이 함초롬히 떨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허물어진 옛집 앞마당에
잃어버린 추억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흑백사진 작은 뒤꼍에
열여덟에 산그늘로 숨은
누님의 눈물도 거느리고 있었고
떡 사발 주고받던 토담 너머로
어머님의 초여름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눈동자에 맑게 고인 하늘로
하얀 구름 되어 떠나셨지만
글
어머니
― 思母十題 9
어머님의 이름은
연분홍 그리움의 빛깔
어머니,
나직이 불러보면
입안 가득 향기가 고입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어스름 새벽 달빛 아래
나를 위해 빌어주던
하얀 손이 떠오릅니다.
등창으로 내가 고생하던 겨울 찬 새벽
밥상에도 못 놓던 쌀 몇 되 머리에 이고
남가섭암 달려 올라가던
눈길이 떠오릅니다.
읍내 중학교에 보내달라고
떼쓰는 아들 종아리 때려놓고
밤새도록 상처 자국 어루만지며
소리 죽여 흐느끼던 진한 눈물이 떠오릅니다.
진달래꽃 피던 봄날
어머님
소쩍새 울음으로 가신 후
저녁놀 질 무렵이면 고향으로 흐르던
그리움의 강은 끊겼습니다.
살아생전 마음 한 번
편하게 못해 드린
내 마음의 빛깔은
잿빛 후회입니다.
글
어머니 마음
입을 아이 없는 옷을
방망이로 두드리며
다듬이 한 소절에
마음속 별을 끄는
손끝에 바람 이는
어머니 마음 아는가
글
정안수
― 思母 十題 8
어머님 무덤가에 맺힌
이슬 한 방울
찢어진 문틈으로 보던
정안수 한 대접
살아가는 내 길가에 가시덤불
날 선 그믐달로 떠올라 베어주던
어머님 창백한 손
저승에서도 눈물로 비는 마음
풀끝에 띄워 올린
이슬 한 방울.
글
사진
옥수수 밭머리
밀려오는
초록 바람
매미소리 피워내는
상수리나무 수풀
어머님 환한 미소에 한여름이 물결치다.
다 해진 광목치마
바람 새는
베저고리
헝클어진 머리칼에
윤기는 식었어도
포근한 그 눈빛 속에 고향 마음 어리다.
글
요술 치마
봄 냄새 은은한
어머님 앞치마엔
취나물
도라지
고사리
나물 사이
찔레도 삘기도 숨어
무진무진 솟아났지.
모깃불 향내 속에
멍석 펴고 드러누워
어머님
치마 덮고
밤하늘
별을 보면
따스한 옛날 얘기에
잠이 살풋 들었지.
사진
글
눈물
― 思母 十題 7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이 깨면
이불이 가늘게 떨렸습니다.
아버님은 투전판에서 며칠째 아니 오시고
‘기챙이네 못살게 되었다더라’
풍문이 먼저 건너온 날 저녁
일렁이는 어둠 속에서
나는 어머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잠든 자식들 손 하나하나 잡아보시며
어둠을 환히 태우고도 남을
시퍼렇게 날 선 눈물을 보았습니다.
꿈밭 머리 빛 이랑이
부옇게 밝아오는 아침이 오면
밤새 진한 울음이 걸려있던
입꼬리에 분꽃으로 피어나는
어머님 미소 속에서
말갛게 가라앉은
눈물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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