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시/제3시집-춤바위 2009. 6. 24. 17:10

 

대청호

 

그 자리에 가면 언제나

네가 있어서 좋다.

 

초파일 무렵 긴 가뭄으로

사랑이 목마를 때

연초록 산, 하늘 보듬어 안고

누이나 어머니 같이 거기 있기만 해도 좋다.

 

내 삶의 옥타브가

너무도 길고 지루할 때

작은 물결 파랑을 일으켜

언제나 내 아픔을 닦는 노래여!

 

나는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삶의 상처를 달래주는

네 노래의 향기를 마신다.

 

대청호에 가면

시들했던 내 삶이 연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묻고 떠난 사람들의

고향 이야기가

밤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곳

 

젖을수록 뜨거워지는

네 마음의 저녁놀로

내일의 내 삶에 모닥불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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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기행

시/제3시집-춤바위 2009. 6. 13. 09:21

 

동해 기행


서른한 해 만에 나는

아내를 새로 사귀었다.


긴 머리만 보아도

가슴 떨리던

봄날 풀빛 같던 사랑은 흐려지고


손잡고 긴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동안

아내는 사라지고

엄마만 남아

가슴 속 모닥불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우리의 여행은

목적지가 따로 없었다.

감포 대왕암에서 처음 바다에 반해

한사코 바다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마을길 산길로만 차를 몰았다.


이름 모를 고개 마루에서 울렁거리는

바다를 보며

나는 문득 아내 얼굴의 작은 실금에서

동해의 물이랑을 보았다.


발맞추어 어깨동무로 걸어오면서

무심한 내 눈빛에 상처 받고

가라앉은

처녀 적 열정을 일으켜 세워주는

동해의 바람소리를 들었다.


바다의 젊음은

세월의 창날에도 찢기지 않는 것이냐?

포효하며 달려드는 파도의 근육마다

알알이 일어서는 원시의 힘줄



방파제가 있는 조그만 횟집에서

소주 한 잔에 타서 풍랑을 마시면

바다를 못 다 물들인 금빛 햇살이

세월을 거슬러

처녀 적 회오리바람으로 일어서서


서른한 해 만에 나는

아내를 새로 사귀었다.


2009.6.13






posted by 청라

모정

시/제3시집-춤바위 2009. 5. 17. 23:50

 

모정


포수의 번득이는

눈빛 아래서

아기 고라니 한 마리

무너졌다.


잦아드는 숨결

그 곁에서

피어날 진달래꽃은

사정없이 피었다.


메에에… 메에에…….

애잔한 울음 하나

핏빛 꽃길 따라 흘러갔다.


열두 발짝 산등성이

넘어 산그늘

어미 고라니도 죽어있었다.


창자 열 두 토막

끊어진 채로…….


2009. 5. 17


posted by 청라

독도 2

시/제3시집-춤바위 2009. 2. 24. 19:47

 

독도 2


고국에서 불어온 바람결에

작은 씨앗 몇 개 묻어와

갯패랭이 땅채송화

붙안고 산다.


괭이갈매기도 한사코

모국어로 운다.


쓰시마 열도 휘돌아온

파도여!


두드리고 두드려서

온 몸 깎여 뼈만 남아도

멍 하나 지울 틈이 없다.


지킬 것이 많아서

나는 가라앉을 수 없다.



2009. 2. 24

posted by 청라

포기원을 쓰면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9. 1. 29. 09:55

 

포기원을 쓰면서



포기원을 쓰면서

걸어온 길 돌아보네.


세른 세 해 입고 있던

솜옷을 벗은 듯하네.


마음에 남은 얼룩

한숨 뱉어 지우고


푸른 깃발 내린 깃대에

무채색 깃발을 올리네.


가끔은 쉬어가며

세상 구경 하려 하네.


아이들 곁을 지키는

파수꾼이나 되려 하네.





2008. 12. 10

승진 포기원을 내면서

posted by 청라

시詩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2. 28. 18:33
 

시詩 


내 삶에 대롱을 박아

진액津液만 뽑은 노래,


세월의 바퀴 갈고 갈아

조약돌로 남은 노래,


시간의 지우개로

지워 봐도

지워지지 않는 노래…….


2008. 12. 28



posted by 청라

동학사 가는 길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2. 7. 12:27

 

동학사 가는 길


산문에 다다르기 전에

범종 소리 먼저

마중을 나온다.


새벽

산길

맑게 쓸면서 내려온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가끔은

석간수 한 모금으로도 이루어지는 것,


들리는 새소리에

초록빛이 떠돌아

구부러진 나무도 가지런한 산.


계곡 물소리 한사코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데

한 발짝씩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아침 해가 뜨면

햇살이 가장 밝게 고이는 곳….


동학사 가는 길에는

항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올라

부처님 입가에 어린 미소를 배운다.


2008년 12월 7일





posted by 청라

가을 산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1. 9. 16:51


 

가을 산


불타는 단풍 산으로

노스님이 들어섰다.


산 빛 깨어지지 않고,

회색 승의가

단풍에 녹아든다.


작은 등짐에 담겨온

속세의 눈물들을

산문 앞에 부려 두고,


조금씩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비우고 비워 산바람이 된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가에

울던 새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저녁 어스름으로

지워지는 산들이

스님의 등 쪽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2008. 11. 9

posted by 청라

영평사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0. 9. 13:57

 

산자락마다 

구절초꽃

목탁소리 먹고 피어


꽃술마다

불음(佛音)에 익은

말씀 한 마디, 


한나절

향기에 젖어

마음 비우고 앉아 있다가


연못 물 보니

연꽃 옆에

웬 부처님 얼굴.

posted by 청라

아버지의 길

시/제3시집-춤바위 2008. 6. 30. 12:35
 

아버지의 길


때로는 길이 아니라도

가야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앞길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맨발로 고개를

넘어야 할 때가 있다.


한 잔 술로

고뇌의 구름 지우고

얼굴엔 늘 밝은 햇살을 거느려야 한다.


아무리 걱정을 해도

마음이 다다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믐의 어둠처럼

세상이 막막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종아리에 새겨지는

눈금만큼

가슴 속에 회초리 자국 피멍으로 새겨 넣고


때로는 울고 싶어도

돌아서서

눈물을 말려야할 때가 있다.


2008. 6. 30 




           fatherThe way of somebody




 

Sometimes it doesn't require long.

 

There is time to go.

 

 

 

The road ahead of the children in order to wipe.

 

Barefoot in the head

 

There are times when to be over.

 

 

 

With a glass of wine.

 

And a torment of cloud

 

Should be always with bright sunshine on her face.

 

 

 

No matter how worried.

 

I have is when you come.

 

 

 

Like the darkness of the end of the month.

 

It's time to grow weary world.

 

 

 

Embedded in their calves.

 

As well as scale

 

Engrave and black cane marks in the hearts.

 

 

 

Sometimes, even if they want to cry.

 

Turned

 

Have time to dry the tears.

 

 

 

2008. 6. 3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