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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해당되는 글 523건
- 2007.08.09 어머님 제삿날
- 2007.08.08 돌무덤
- 2007.08.07 49재(四十九齋)― 思母 十題 5
- 2007.08.03 하관(下官) ― 思母 十題 4
- 2007.08.03 산철쭉
- 2007.08.02 백목련
- 2007.08.01 고무신― 思母 十題 3
- 2007.07.31 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 2007.07.29 임종 ― 思母 十題 1
- 2007.07.28 정안수
글
어머님 제삿날
마당 쓸고 마루 닦고
새 옷 입고 문간에 서
산모롱이 바라보며
어머님 기다리니
까치들도 소리를 모아
하루해를 지운다.
글
돌무덤
애동솔 숲 돌무덤에
자줏빛 도라지꽃
육이오 사변통에
하늘 가신 형님 모습
두견새 목청을 빌어
밤새 울어댑니다.
눈 가만 감으시고
형님 얘기 하실 적에
입가엔 웃음 짓고
눈 가엔 이슬 맺혀
피멍울 끌어 앉고서
평생 사신 어머님.
치마끈에 달랑대던
고사리손 그리워져
돌무덤 곁 지날 때에
눈 감고 걸으시던
어머님 아린 가슴에
뽑혀지지 않는 대못.
글
49재(四十九齋)
― 思母 十題 5
어디로 떠나가려고
영가의 눈빛 아롱아롱 흔들리는가
목탁소리 따라 만수향은 사위어
어머님 영혼
이 세상 남은 시간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생전에 못 사드린 과일로
제사상을 채우며
이제는 장식에 지나지 않음에 가슴 아파합니다.
육신은 보내고 혼만 남아
어두운 곳에 숨어 자식 걱정으로 떨다가
빗소리에 젖지 않는 빛나는 길을 따라
머언 길 떠나려고 가슴 앓는 어머님
노스님 외시는 염불 따라 외면
내 눈가엔 끊임없이 빗소리는 내리고
유월의 창문 밖에는
상수리나무 초록빛 목청을 밟고
이승의 사투리로 휘파람새는 웁니다.
다시 향불을 살라
서역하늘 무성한 구름을 지우고
삼베 옷, 상장 태우며
두 손 모아 비느니
우연에 지워지는 저 사바의 마을
마당 앞 살구나무에 봄이 오면
환히 불 밝히는 살구꽃으로 오소서.
글
하관(下官)
― 思母 十題 4
향을 피운다. 봄 하늘에
가는 실처럼 향연이 오른다.
향불이 꺼지면 이제 우리는
눈물을 묻어야 하리.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놓기엔
너무나 좁은
직사각형의 공간으로
관이 내린다
천 천 이
관이 내려지면서 뚜껑이 열리면
일평생 마련하신
삼베 수의 한 벌
허망한 빈 몸…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막막한 저승길 밝혀줄
탑다라니 한 장
흙을 덮으며
가슴앓이를 묻는다.
자식 둘 앞서 보낸 눈물의 생애를 묻고
맨발로 헤쳐 온 아픈 역사를 묻고
어머니의 향기를 묻는다.
한 사람 비운 빈자리엔 진달래꽃
심술로 고와
두견새 울음으로 봄이 녹는데
손 흔들며 손 흔들며
영 떠나보내려 해도
스쳐 가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어머님 눈물은 있네.
글
산철쭉
산철쭉
가지마다
점점이
밝혀든 꽃등
봄바람에 묻어나는
진분홍 옛 이야기
고향을 잊지 말라는 어머님의 말씀이다.
글
백목련
옥양목 치마 저고리
장롱 속에 묻어 놓고
겨우내
설레임을
가꿔오신 어머님
봄 오자
곱게 차려입고
봄나들이 나오셨네.
글
고무신
― 思母 十題 3
화톳불 연기가
밤 새 울음소리 지우고 있다.
사잣밥상 아래
백목련 꽃 두어 이파리
어머님이 벗어 던진 이승의 신발
까맣게 지워진 세상이라
더욱 하이얀
한 켤레
적막을 신고
나의 유년시절은 떠나고 있다.
벗겨도 벗겨도 추억의 껍질 남아 있는
고향집 뜰에
오늘도 내 어린 날 살구꽃은 지는데
어느새 이만큼 걸어와 뒤돌아보는
지명(知命)의 내 머리칼에
거뭇거뭇 남아 있는 어리광 싣고 가려고
밤 새 울음소리 지워진 세상
어머님 고무신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다
글
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잔이 내려졌다. 발인제도 끝났다.
상두꾼들은 꽃상여를 메고
마당을 한 바퀴 비잉 돈다.
다시는 못 돌아올 문을 나서면
상두꾼들 노래 소리에 곡소리는 묻히고
철없는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젯상 앞의 떡들을 들고 뛰는구나.
뜰 앞의 살구나무는 몇 잎
꽃잎을 뿌려 손을 흔들고
한 발짝 한 발짝씩 떠나가는 길
다시 못 올 청산인데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고 웃고 떠들며
인생의 또 한 고개를 넘는다.
오르막길 오를 때마다 상여는 멈춰 서고
상주들은 너도나도 돈을 거는데
어머님은 빈 손 맨발로 떠나
저승의 어느 주막에서 울고 있을까.
눈물로 씻고 보면 생전에 걷던
초록빛 발자국 점점이 찍힌 길
요령잡이 만가소리 점점 빨라져
조객들 어깨춤 들썩이는 사이로
어머님 흔적 지우는 연기
내 가슴으로만 내 가슴으로만 따라 오는데
두견새 울음소리로 핏물 젖은 곡을 할꺼나
푸른 봄 하늘에
눈물을 말릴꺼나.
글
임종
― 思母 十題 1
까마귀 울음소리가 물고 가는
어머님 이름
간절한 눈물로 피워낸
진달래꽃 수만 송이로도
어머님 발걸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다 놓고 떠나시는 어머님 빈 손
육 남매를 묶어 놓던
분홍빛 질긴 끈 위에
우리는 하나씩 손을 얹어 드렸습니다.
철성산 산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어스름 따라
남가섭암 목탁 소리가 내려옵니다.
우리를 위해 부처님께 비시던 입술은 굳어
아무 말씀도 하실 수 없고
이제 어머님을 위해 내가 두 손을 모아봅니다.
시냇물들은 어제처럼
제 몸들을 부딪쳐 거품을 피워내고
어머님을 위해 서둘러 달려온 봄은
버들강아지 가지마다
몸부림치며 불꽃 피우는데
어머님 이름이 지워지자
고향 빛깔은
막막한 어둠으로 변했습니다
글
제2부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진달래 개나리
생기 있게 피어나는 봄날,
세상 일 모두 놓으시고
훌훌히 떠나신 어머님께
이 작은 노래를 바칩니다.
정안수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을 깨면
이지러진 새벽달빛 창호지에 창백하고
찢어진 문틈으로 보던 어머님의 합장한 손.
한 대접 정안수에 밤 하늘 별을 담아
새벽녘 꿈을 헹궈 자식들 복 비는 마음
살포시 지은 미소에 성스러운 그 눈빛
소쩍새 울음 따라 꽃신 신고 떠났어도
인생 길 어두운 밤 문득문득 밝혀주는
정안수 대접에 담긴 어머님의 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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