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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2.16 후회
- 2014.12.15 눈꽃
- 2014.12.10 징검다리
- 2014.11.29 운동화 2
- 2014.11.26 낙화2
- 2014.11.08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 2014.11.02 퇴임退任 이후
- 2014.10.24 낮달
- 2014.10.24 아우성
- 2014.10.14 주름살 - 시장 풍경 3
글
후회
엄 기 창
아침노을 붉게 물든
하늘 한 자락 오려다가
어머님 주무시는 아랫목에
깔아드리고 싶어라.
찬바람 눈보라가 문풍지에 매달려서
밤새도록 으르렁대는 겨울밤에도
어머님 이불 속만은 고운 꿈 피어나게.
이순 넘어 깨달으니 너무 늦어버렸어라.
아침마다 노을 곱게 피어도
덮을 사람 아니 계시네.
아프고 서러운 시절 눈물만 보태드리고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그 시절 다시 오리.
2014. 12. 16
글
눈꽃
계룡산 등산 길에
온 산 가득 핀 눈꽃을 보았다.
함께 견딘 세월이
나무 가지마다 수많은 이야기로 꽃눈 틔워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저 우렁찬 침묵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는 알겠다.
봄날 능선마다 연분홍 꽃으로 노래하고
여름에는 초록빛 잎들 흔들어 바람 불러오고
가을에는 무지개 빛으로 온몸을 불태운 것이
저 무채색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한 몸짓이었음을
오!
차가워서 더욱 눈부신
나의 여신이여!
가까이 다가가서
따뜻한 입김을 전하면
눈물처럼 녹아내리는 먼 나라의 공주여!
눈꽃이 봄날의 꽃들보다
아름다운 것은
투명한 햇빛마저 튕겨내는 고고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봄꽃들은 나무마다 같은 몸짓을 하고 있는데
눈꽃은 같은 나무라도
가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로 피어나서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가지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고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가지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고
이윽고 가지마다 나무마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화음을 이뤄
온 산이 우렁우렁 노래하는 것이 아니냐.
산을 오르다 말고 나는
눈꽃들의 합창에 취해
홀린듯이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2014. 12. 15
<시문학> 2015년 2월호
글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글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글
낙화2
아름답게
이별하고 있다.
진종일 지는 벚꽃잎들은
찰나를 불태우고서
바람에 날개 달아
가볍게 날아 떠나는
저 분분한
이별
이별......
2014. 11. 26
글
글
퇴임退任 이후
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으로 건너가기는
이웃마을 마실가듯
편한 일은 아니다.
익숙한 옷들을 벗고
눈발 아래 서는 일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밤으로만 비틀거리며
지난 세월 실을 뽑아
새 날의 그물을 짜며
또 한 발
못 가본 바다에
생生의 기旗를 세운다.
2014. 11. 2
글
낮달
가을비가 씻어놓은
아가의 뽀얀 볼에
엄마가 일 나가면서
뽀뽀뽀 하고 갔는가,
잠든 채
찍어놓다가
일그러진 입술 자국.
햇살이 눈부셔도
방긋 웃는 아가 얼굴
초록별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네.
비단강
노를 저어서
어디 멀리 가고 있나.
2014. 10. 24
글
아우성
늦가을 아침
산의 속살 더 정결하게 드러난다.
긴 여름 들끓던 폭염
가둬 키운 단풍 한 잎
마지막
못다 한 사랑
펄럭이는 아우성
2014. 10. 24
글
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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