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9. 08:54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심청이 인당수에서

꽃으로 지듯

세월호에 갇힌 넋들 꽃비 오듯 지던 날은

 

심 봉사 온몸으로 울던

몸부림처럼

바다도 하루 종일 웅얼거렸다.

 

소금보다 짠 사람들의 눈물을 모아

자다가 소스라쳐 울부짖는

애비 에미의 아픔을 모아

용왕님께 빈다면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한 송이씩 해말간 얼굴들

“엄마” 부르며 피어나서

 

진도 옆 온 바다가

온통 연꽃으로 물들어 출렁였으면 좋겠네.

 

오늘 아침  대한 사람들 모두

심 봉사 눈 번쩍 뜨고

손뼉 치며 일어나듯

 

“와!!!!!!!”

하는 함성으로 강산이 무너졌으면 좋겠네.

 

 

201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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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속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7. 13:04

 

세월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세월 가는 걸

잊다가

 

내 신발 신발장 밖으로

밀려나는 줄도 몰랐네.

 

 

2014. 4. 17

posted by 청라

독도

시낭송 2014. 4. 16. 14:21

 

 

posted by 청라

민들레 편지

시/제3시집-춤바위 2014. 3. 26. 14:49

민들레 편지

 

오늘 밤 띄워 보내는

홀씨 한 올엔

전화로 드릴 수 없는

내 사랑 진액만 담았습니다.

 

달빛 파도 타고

날고 날아서

두견새 각혈처럼

그대 창문 두드릴까요?

 

밤새 뒤척이는

그대의 꿈밭 머리에

어둠 깎아 빛을 세우는

까치 소리 한 소절 싹틔우고 싶어

 

지난겨울 눈보라에

씻고 씻어서

남모르는 담 밑에서

몰래 키운 마음 한 포기

 

뿌리 떼고 줄기 떼고

향기마저 걸러내고

꽃 중에도 가장 간절한

심장만 보냈습니다.

 

2014. 3. 26

 

 

posted by 청라

독도

시조 2014. 3. 13. 10:10

독도

 

그리움의 높이만큼 해당화 꽃 하나 켜고

피멍울 속울음을 파도에 갈고 갈아

대양의 폭풍우 향해 질긴 날을 세운다.

 

먼 수평 하늘가에 흰 돛 한 폭 나부끼면

설렘을 먼저 알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

사랑은 사치이로세. 마음 다시 다잡는 섬.

 

2014. 3. 13

posted by 청라

황사黃砂

시조 2014. 3. 2. 09:46

황사黃砂

 

 

제주에서 날아올라 청주 공항 오며 보니

바다도 산도 마을도 황사에 잠겨 있다.

봄 물기 오른 산하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찾아오던 봄 불청객 고비 황사

대륙의 몸부림에 독기까지 배어 있다.

뻐꾹새 울다 목메어 자지러진 회색 빛 숲.

 

집집마다 창 내리고 앞산도 멀어지고

비질 된 골목처럼 비어가는 반도의 거리

일찍 핀 나뭇잎들만 분 바르고 서 있다.

 

차 한 대 없던 옛날도 편서풍 따라 봄에

서해 건넌 모래 먼지 송화처럼 내렸는데

증명할 방법 있냐고? 후안무치한 놈들!

 

 

2014. 2. 2

posted by 청라

천 년의 미소

시/제3시집-춤바위 2014. 2. 26. 06:29

천 년의 미소微笑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꿈 밖에 멀고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磨崖佛

 햇살 같은 미소,

 

암심巖心으로 질긴 뿌리를 내려

천 년을 깎아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리며 웃는 연습을 한다.

 

오늘도 아픔이 넘쳐나는 거리에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마애불磨崖佛, 그 미소를

등불처럼 환하게 걸어놓고 싶다.

 

 

2014. 2. 26

posted by 청라

누님의 수틀

시/제3시집-춤바위 2014. 2. 24. 09:54

누님의 수틀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을

다락방 구석에서

오십 년 지나 찾아냈는데

누님이 수놓았던 꿈밭 머리에

내 꿈도 얼룩처럼 피어있었다. 

봄나물 향기 캐던 골짜기에는

첫사랑의 산수유꽃 벌고 있었고,

모깃불 향기 안개처럼 흐르던 밤

지천으로 반짝이던 개구리 울음은

별이 되려 반딧불로 솟아올랐다. 

누님이 수놓았던 십자수 속에

회재 고개 너머로만 한없이 뻗어가던

그리움의 바람도 불고 있었고,

끼니를 걱정하던 어머니의 눈망울과

몇 방울의 내 눈물 쑥대풀로 키워주던

구성진 소쩍새 울음 깨어나고 있었다.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엔

비어서 더 가득한 내 어린날이

색실보다 더 고운 내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아나고 있었다.



2014. 1. 24

 

posted by 청라

첫사랑

시/제3시집-춤바위 2014. 1. 30. 04:55

첫사랑



첫사랑은 늘

누런 코 훌쩍이던 일곱 살

코찔찔이 시절에 온다.

삘기를 뽑아도

찔레를 꺾어도

엄마 얼굴보다 먼저 아른거리던

마을 누나의 얼굴은

매운 세월의 바람 속에

덧없이 시들었다가

인생이 저무는 예순 살 무렵

어느 깊은 산사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슬픈 전설을 만나면

아픈 옹이처럼 심박혀

움츠러들었던 그 어린 날 진달래꽃은

불길처럼 피어나

온 산을 물들이라 한다.

모든 것을 빨아먹는

늪인 줄 알면서도

온몸을 던져서 투신하라 한다.

 

2014. 1. 30


<대전문학> 2014년 봄호(63호)

posted by 청라

思父 一曲 - 눈길

시조 2014. 1. 10. 10:40

思父 一曲

 

눈길

 

 

아버님 제삿날 저녁 때늦은 春雪로

설화 곱게 피어난 연미 고개 넘으면서

雪花 속 아롱거리는 아버님 모습을 본다.

 

개학 전날 暴雪로 교통이 두절되어

오십 리 넘는 公州 아들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애틋하셔서 따라 나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온몸 꽁꽁 얼으셔서

우성 지난 길가에 주저앉아 떠시면서도

내 옷깃 여며주시던 모닥불 빛 그 손길

 

금강 건너 도심에 한 등 한 등 켜질 무렵

“네 덕분에 먹고 싶던 짜장면 먹는구나”

허기진 젓가락 들어 덜어주던 아버지

 

이제는 짜장면 천 그릇도 살 수 있네.

짜장면 잡숴주실 아버님이 안 계시네.

춘설은 풍요로워도 구름처럼 허전한 길.

 

 

 

2014. 1. 1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