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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03 사는 것 우울할 때-시장풍경2
- 2015.01.03 중앙시장에서-시장 풍경1
- 2014.12.24 가정
- 2014.12.19 대청호 가을
- 2014.12.16 후회
- 2014.12.15 눈꽃
- 2014.12.10 징검다리
- 2014.11.29 운동화 2
- 2014.11.26 낙화2
- 2014.11.08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글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풍경2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길 걸어본다.
상품권 몇 장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흥 넘친 호객 소리에
온 몸을 묻어본다.
머리 고기 한 점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알록달록 모자 하나
삐뚜름히 사서 쓰고
갈지자걸음 걸으면
흥청거리는 장마당.
엊그제 백화점에서
못 산 그 옷 사서 입고
고등어 한 손을
왼 손에 묶어 들면
근심들 말끔히 지워져
어깨춤이 절로 이네.
글
중앙시장에서
-시장 풍경1
삶은
상점마다
색색으로 꽃을 피웠다.
꺾여지고
다시 피는
억척스런
사연들이
점멸등 깜빡거리듯
교차되는 중앙시장
글
가정
문 열면 안겨오는
아내의 웃음꽃다발
곤두섰던 털 재우고
바람 묻은 외투를 벗으면
내민 손 반가운 눈빛에서
일어서는 봄 햇살
2014. 12. 24
글
대청호 가을
물빛이 하늘을 닮아
한없이 깊어지는 가을 무렵에
다섯 살 손자 놈 손목을 잡고
대청호 풀숲 길을 걷고 있었다.
생명의 음자리표가
점차로 낮아지는 길모퉁이에서
사마귀 한 마리 마지막 식사를 하려고
두 발로 메뚜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메뚜기 죽는다고
팔짝팔짝 뛰는 손자 곁에서
인과의 어두운 그늘이 고 놈에게 드리울까봐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서워 지르는 손자의 외마디에
깜짝 놀라 눈을 돌리니
사마귀의 강인한 턱이 메뚜기 머리맡에 다가와 있었다.
자연의 바퀴 속에서 생명은 피고 지지만
업연의 짐을 피하기 위해
눈앞에서 한 생명을 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손자 놈 어려울 땐 메뚜기 제가 도와주겠지.
손등으로 사마귀 머리를 탁 치니
메뚜기 신나게 풀숲을 뛰어갔다.
메뚜기의 등 뒤로 저녁 햇살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가장 두꺼운 대청호 깊은 곳, 내 마음밭에는
하늘의 밝은 별이 내려와 반짝이고 있었다.
2014. 12. 19
<시문학> 2015년 2월호
글
후회
엄 기 창
아침노을 붉게 물든
하늘 한 자락 오려다가
어머님 주무시는 아랫목에
깔아드리고 싶어라.
찬바람 눈보라가 문풍지에 매달려서
밤새도록 으르렁대는 겨울밤에도
어머님 이불 속만은 고운 꿈 피어나게.
이순 넘어 깨달으니 너무 늦어버렸어라.
아침마다 노을 곱게 피어도
덮을 사람 아니 계시네.
아프고 서러운 시절 눈물만 보태드리고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그 시절 다시 오리.
2014. 12. 16
글
눈꽃
계룡산 등산 길에
온 산 가득 핀 눈꽃을 보았다.
함께 견딘 세월이
나무 가지마다 수많은 이야기로 꽃눈 틔워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저 우렁찬 침묵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는 알겠다.
봄날 능선마다 연분홍 꽃으로 노래하고
여름에는 초록빛 잎들 흔들어 바람 불러오고
가을에는 무지개 빛으로 온몸을 불태운 것이
저 무채색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한 몸짓이었음을
오!
차가워서 더욱 눈부신
나의 여신이여!
가까이 다가가서
따뜻한 입김을 전하면
눈물처럼 녹아내리는 먼 나라의 공주여!
눈꽃이 봄날의 꽃들보다
아름다운 것은
투명한 햇빛마저 튕겨내는 고고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봄꽃들은 나무마다 같은 몸짓을 하고 있는데
눈꽃은 같은 나무라도
가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로 피어나서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가지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고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가지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고
이윽고 가지마다 나무마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화음을 이뤄
온 산이 우렁우렁 노래하는 것이 아니냐.
산을 오르다 말고 나는
눈꽃들의 합창에 취해
홀린듯이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2014. 12. 15
<시문학> 2015년 2월호
글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글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글
낙화2
아름답게
이별하고 있다.
진종일 지는 벚꽃잎들은
찰나를 불태우고서
바람에 날개 달아
가볍게 날아 떠나는
저 분분한
이별
이별......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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