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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05 큰나무, 큰 빛
- 2007.10.03 당신을 보았을 때
- 2007.10.01 늘 푸르게 사소서
- 2007.09.30 학같이 구름같이 자유롭게 사소서
- 2007.09.28 큰 탑(塔)을 세우소서
- 2007.09.27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1
- 2007.09.24 일월
- 2007.09.22 현충원 노을
- 2007.09.20 세상 보기
- 2007.09.20 사자(死者)들의 외침
글
큰나무, 큰 빛
― 문학사랑‘ 10주년을 축하하며
열 살이라면
어머니 치마끈 잡고 달랄달랑 따를 나이지만
문학사랑!
그대 나이 충년(沖年)에
이미 거목으로 자랐구나.
다른 나무들은
다 자란 어미 새에게만 둥지를 빌려주지만
문학사랑!
그대는 어린 새들을 정성껏 길러
창공으로 띄워 보내고
다시 알들을 모아
한 마리 한 마리의 날개에 힘을 주었나니,
푸는 하늘 날아오르기를 포기한 새들
그대 품에서 영혼을 얻어
비상의 날개를 단 이 몇이던고.
금수강산 글쓰는 사람들의
빛이 되었구나.
찬란한 빛이 되었구나.
문학사랑
눈부신 그 이름 올려다보며
비나니
대전을 넘어, 코리아를 넘어
세계를 밝혀주는
큰 빛으로 크거라.
글
당신을 보았을 때
― 신익현 선생님 ‘山詩集’ 출간을 축하하며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의 가슴은 산의 마음임을 알았습니다.
눈빛에서는
은은히 산수리치 향기가 풍겼습니다.
내뻗은 손짓 하나에도
산바람 소리를 거느리고 있고요.
당신을 두 번 보았을 때
당신의 모습에서 바위산의 기개를 보았습니다.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칼끝 같은 기상에서
서릿발처럼 올곧은
선비의 정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세 번 보았을 때
당신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시를 느꼈습니다.
용암처럼 분출하는 한없는 열정과
만물을 안아 기르는 숲의 마음으로
인간을 향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모두
산의 송가입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의 시를 읽으며
도회의 매연 속에서도
산의 마음을 배웁니다.
글
늘 푸르게 사소서
― 立松 김용준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기품 그윽한 소나무처럼
침묵 속에 따뜻한 마음의 향기
건네주는 사람
머리 위엔 언제나
눈 시린 하늘빛 꿈들을 이고
아래로는 조국의 가슴에 뿌리를 박아
용암처럼 들끓는 나라 사랑의 향기
잃지 않는 사람
민족의 새벽부터 거친 밭을 일구고
한 포기씩 정성들여 빛을 가꾸며
사십 년 넘게 걸어오신 당신의 발걸음으로
조국의 아침은 이제 환하게 밝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 마음속엔 아직 청년으로 남아있는데
나라 위해 제자 위해 사신 삶의 나무에
가을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굽힘없이 곧곧히 사신 생애이기에
당신의 가을은 아름답습니다.
이제
한평생 달려오신 외길, 인연의 짐을 풀고
떠나시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비오니
천 년을 늙지 않는 낙락장송으로
자유로운 바람 속에 늘 푸르게 사소서.
글
학같이 구름같이 자유롭게 사소서
― 南雲 한동묵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사십 년 넘게 굳굳하게 지켜 오신
내면의 城을 허물고
이제는 자유로운 야학(野鶴)으로
날아오르려는 시간
창밖엔
겨울에 갇혀있던 햇살이
폭죽처럼 터져 빛나고
세월의 빈 자리를 채워 일어서는 초록의 함성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봄날입니다.
뒤돌아보면
아득히 먼 시간의 저편
허물어진 조국의 뜨락에 어린 묘목을 심고
비바람 가슴으로 막으며
눈보라 등으로 막으며
묵묵히 걸어오신 외길,
점점이 찍힌 발자욱마다
핏빛 문신처럼 아픔이 찍혀 있고
아픔의 껍질을 벗길 때마다
삽질 소리 망치 소리로
조국의 오늘을 일으켜 세운
님의 곧은 심지가 반짝입니다.
이제
한평생 달려오신 인연의 줄을 끊고
떠나시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비오니
학같이 구름같이 자유롭게 사소서.
글
큰 탑(塔)을 세우소서
― 冬初 조재훈 선생님 회갑을 축하하며
江 가에 서 계실 때, 당신은
강물이었습니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의 말씀으로
어린 제자들 목마른 곳 촉촉이 적셔주는
당신은 강물이었습니다.
山 곁에 서 계실 때
당신은 큰 산이었습니다.
높은 곳을 향하여 솟는 산의 말씀으로
용기를 잃을 때마다 묵묵히 지켜주는
당신은 큰 산이었습니다.
우리가 바람이 되어 품을 떠났어도
사방으로 귀를 열어두시고
작은 보람에 박수쳐 주시고
슬픈 일에도 눈물 나눠주셔서
당신이 계신 공주는 언제나 고향입니다.
곱게 접혀가는 세월의 그림자마다
반짝이며 살아 오르는
당신의 모습을 우러러 보며
제자들 위해 사신 삶의 나무에
태풍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을
따뜻한 그 사랑 녹여 더 큰 塔을 세우소서.
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관음암 돌아 내려오는 토담집 울타리에서
가지 찢긴 채 시들어가는
무궁화나무 한 가지를 보았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어디에도 무궁화 보이지 않고
보문산 길 따라 안개처럼
넘실거리는 벚꽃.
눈을 돌리면
산자락마다 불타는 진달래꽃
젊은이들 가슴 속으로 번져 가는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
무궁화나무 한 가지 마음 놓고 발 뻗을
손수건만한 땅 하나 없는 것일까
연분홍 꽃잎 하나 깃발처럼 가슴에 꽂고
눈물짓던 사람들 떠난 빈 자리엔 이제
네 그림자 담고 사는 사람은 없다.
알고 있을까
봄은 익어 저만큼 달려가는데
진달래, 벚꽃, 매화가지 사이에 끼어
꽃눈 하나 틔워보지 못한 무궁화의 눈물을.
보문산 끝자락
관음암 올라가는 토담집 응달에서
아직도 봄을 기다리며 덜덜 떨고 있는
무궁화 한 그루를 보았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
달랑 혼자 서서 시들어가는
무궁화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글
제4부
세월의 그림자
우리가
흘러가는 세월의 갈피 속에
아름다운 일들만 심을 수 있다면
세월의 그림자지는 삶의 일상 속에
낙락장송처럼 당당할 수 있으리.
일월
일어서는 것들은 모두
세월의 앞자리에 모여 있다.
새해의 아침을
까치 소리가 열고 있다.
지난 봄 꽃을 피우지 못했던 매화나무 가지마다
방울방울 매화의 꿈이 부풀고
열매를 맺지 못했던 나무들의 혈관 속에서
작은 함성이 고동치고 있다.
땅 밑에 귀 기울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볼 것이다.
아직도 굳건한 어둠의 어깨 위에서도
연초록 새싹이 함성으로 일어나는 것을.
함성들의 몸짓이
바람의 한 쪽부터 무너뜨리고
조용히 햇살을 불러오는 것을.
말갛게 씻겨지는 동편 하늘이
사람들의 꿈밭마다 향기로 내려앉으면
일월은
봄이 오는 길목을 열고
우리들의 가슴 깊이 불 지필 준비를 한다.
글
현충원 노을
하늘 살 밑
배어드는
피멍울 빛 외침이여
서편 하늘
한 자락이
봉숭아꽃 물들더니
충혼의
울음으로 녹아
온 세상을 덮는다.
글
세상 보기
꽃도
꽃의 마음으로 보아야 아름답다.
황홀한 몸짓의 장막 뒤엔
말라 시들은 노래도 있겠지
꽃잎을 먹고사는 어둠의 벌레들이
고랑처럼 파 놓은
상처들도 있겠지.
날 선 눈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으랴
아름다운 눈으로 보아야
세상은 아름답다.
글
사자(死者)들의 외침
― 현충원에서
사월이면 묘역마다 피어나는 영산홍 꽃
이름 모를 들풀 아래 아지랑이로 스러진 영혼
한 서린 땅울림으로 방울방울 맺혔다.
목숨 바쳐 지킨 자유 거리마다 넘쳐나서
아들딸아 모르느냐 피멍울 진 저 외침이
영산홍 꽃 더 짓붉게 피워내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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