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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31 갑천천 붕어
- 2007.08.30 도시의 소나무
- 2007.08.28 비명 1
- 2007.08.27 강변 야영 2
- 2007.08.26 청양 개구리
- 2007.08.25 성묘
- 2007.08.22 가슴에 묻은 이름
- 2007.08.20 흑백사진 ― 思母十題 10
- 2007.08.19 어머니 ― 思母十題 9
- 2007.08.18 어머니 마음
글
갑천 붕어
아파트 그림자를 산 그림자로 알고
꿈 찾아 올라온
갑천 붕어 한 마리
가도 가도 물은 맑아지지 않고
검은 폐수만 흘러내려
앞길은 깜깜하게 막혀 있었다.
비누 거품 속에서 바라보면
삶은 허허로운 거품 같은 것
붕어의 눈물 속에서
납물이 흘러내렸다.
등뼈 굽은 새끼를 안 낳으려고
붕어는 자갈밭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글
도시의 소나무
찢어진 살갗에서
중금속 피가 흘렀다.
머리를 빗으면
오존 비듬이 떨어졌다.
푸르던 그 머릿결에
노릇노릇 돋는 몸살.
푸른 산 바라보며
솔바람 불러 봐도
구름처럼 일어나는
회색 안개뿐이구나.
아무리 손을 뻗어도
멀어지는 산의 마음.
글
비명
영산홍꽃 피어나는
출근길
계룡로
문득 차 밑에
깔려드는 고양이
달아나는 차창으로
쫓아오는
야옹 야옹 야아-옹
글
강변 야영
강물은 그저
헐떡이고만 있었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 사이
거미줄 속엔
강물의 핏빛 울음만 걸려 있었다.
어두워가는 울음의 늪에 와서
별들은
쏟아지기만 하고
맑게 웃는 낯빛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강변 풀밭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뜸봉샘 가에 아직 살아 있다는
내 어릴적
따오기 울음 한 파람 건질 수 없고
검게 썩은 물빛 문둥이처럼
강의 신음소리
밤새 내 꿈밭으로 흘러들어
개똥불 한 등 밝힐 수 없었네
강물처럼 밤새도록
뒤척이고만 있었네.
글
제3부
자연의 비명 소리
오늘 개구리 그림자 사라지고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글피에는 물고기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청양 개구리
열려진 차창 틈으로
섬광처럼
개구리 울음 하나 지나갔다.
별똥별처럼
타버리고 다시는 반짝이지 않았다.
칠갑산 큰 어둠은
돌 틈마다 풀꽃으로
개구리 울음 품고 있지만
기침소리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
가슴을 닫았다.
차창을 더 크게 열어봤지만
청양을 다 지나도록 청양 개구리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글
성묘
들국화 한 송이만
반색하는 무덤가에
눈시울 적시며
절하고 돌아서면
내딛는 발자국마다
밝혀주는 초승달
글
가슴에 묻은 이름
올해도 사월 초파일
남가섭암에 올라 영가 등 하나 밝혔습니다.
멀리 산자락 휘돌아 녹음 덮고 누운
당신의 집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깊이 묻었던 당신의 이름을 꺼내보았습니다.
저기 꼬불꼬불한 산길에는
옥양목 치마저고리 백목련 같던
당신의 그림자 보일 듯합니다.
자식들 복을 비시기 위해
겨울 칼바람 눈 덮인 길도
막을 수 없었던 당신의 발걸음.
한국 전쟁 틈에 일곱 살 귀여운 자식
돌무덤으로 보내고,
내가 우등상을 타 올 때마다
얼굴은 환하게 웃으셨지만
마음은 늘 젖어있던 어머니.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라 깬 새벽
달빛 새어드는 문틈으로 보던
정안수 한 그릇,
다곳이 모아진 두 손가에
폭죽처럼 쏟아지던 하늘
그 하늘의 별빛.
자식들 위해 온 생애 바치시고
맨몸으로 떠나신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허공에 띄워주는 작은 영가 등 하나
바람 불고 추운 저승길 한모퉁이 밝혀달라는
이승에서 보내는 내 작은 기도.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려고
날개 파닥이는 등불을 보며
어머니의 생애를 접어
가슴에 묻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묻습니다.
글
흑백사진
― 思母十題 10
어머님의 흑백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색색의 내 꿈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습니다.
새색시 적 해맑은 미소 위로는
대추꽃이 함초롬히 떨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허물어진 옛집 앞마당에
잃어버린 추억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흑백사진 작은 뒤꼍에
열여덟에 산그늘로 숨은
누님의 눈물도 거느리고 있었고
떡 사발 주고받던 토담 너머로
어머님의 초여름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눈동자에 맑게 고인 하늘로
하얀 구름 되어 떠나셨지만
글
어머니
― 思母十題 9
어머님의 이름은
연분홍 그리움의 빛깔
어머니,
나직이 불러보면
입안 가득 향기가 고입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어스름 새벽 달빛 아래
나를 위해 빌어주던
하얀 손이 떠오릅니다.
등창으로 내가 고생하던 겨울 찬 새벽
밥상에도 못 놓던 쌀 몇 되 머리에 이고
남가섭암 달려 올라가던
눈길이 떠오릅니다.
읍내 중학교에 보내달라고
떼쓰는 아들 종아리 때려놓고
밤새도록 상처 자국 어루만지며
소리 죽여 흐느끼던 진한 눈물이 떠오릅니다.
진달래꽃 피던 봄날
어머님
소쩍새 울음으로 가신 후
저녁놀 질 무렵이면 고향으로 흐르던
그리움의 강은 끊겼습니다.
살아생전 마음 한 번
편하게 못해 드린
내 마음의 빛깔은
잿빛 후회입니다.
글
어머니 마음
입을 아이 없는 옷을
방망이로 두드리며
다듬이 한 소절에
마음속 별을 끄는
손끝에 바람 이는
어머니 마음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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