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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22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 2007.07.21 공산성(公山城)에서 1
- 2007.07.20 향일암 일출(日出)
- 2007.07.19 낙화
- 2007.07.18 계족산 노을
- 2007.07.17 고향
- 2007.07.15 아내에게-생일을 축하하며
- 2007.07.15 대청호 낚시질
- 2007.07.14 마곡사
- 2007.07.13 공주(公州)에서
글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소나무들도
풍류를 알아
개성 있게 들 마주 섰다.
균열(龜裂)진 껍질마다
옛 목소리 어리었다.
여름날
오후의 정적을
매미소리 파도친다.
다 가고 없는 정자에
서린
뜬구름 그림자여
부석사 종소리가
물소리에 녹아 있어
세월만
흘러간 뜰에
붉은 꽃은 또 피어났네.
글
공산성(公山城)에서
백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고추잠자리 맴돌아 익어 가는
단풍나무 숲
아랫마을로
신라관광 몇 대
조을 듯 들어서고
하늘이 더 깊숙이
세상 담아주는
무령왕릉 가는 길 위에
역사의 수레바퀴로 날리는
신문지 한 장……
무너진 성 자락 이끼마다 서린
시간의 향기
초가을 맑은 햇살에
헹궈낸 강물 소리로
목을 축이면
나는
옥양목빛 피가 흐르는
아사달이 된다
글
향일암 일출(日出)
향일암 석등(石燈) 안
찰람찰람 고인 고요를
새벽달이 갸웃이 훔쳐보고 있다.
파도 소리에 씻겨진
동백꽃 봉오리마다
세상 밝히는 꽃불을 켜면
먼 수평선 일어서는 눈부신 평화(平和)
관음상 입가에 살포시
미소로 번져….
글
낙화
꽃등인양 불 밝히고
꽃샘바람 속에 서성대더니
해 기울자 날개 접고
내려지는 백목련꽃
바르르 떠는 꽃가지
봄이 지는 아쉬움
달빛은 꽃그늘에
화향을 깔아두고
술잔마다 내려앉아
설렘으로 뒤척이네
반가운 친구와 앉아
지는 봄을 마신다
글
계족산 노을
마음 시린 날 저녁
계족산 정상에 서면
어린 날 봉숭아꽃
지천으로 날리는 하늘
계룡산 넘어가는 햇살 속에 번진
하늘의 미소가
용화사 저녁 종소리와 만나
환한 웃음으로 핀다.
성벽의 이끼마다 얼룽이는
노을에 몸을 담그면
삶은 허허로운 바람 같은 것
눈물 많은 사람들 꿈밭을 덮어주라는
어머님 손길같이 따스한 홑이불 하나
하늘의 음성
『e-백문학』3호(2020년)
글
고향
아이들 웃음소리
넘쳐나던 고샅 머리
밤하늘 별빛 새는
까치집 위의 적막
남가섭암 목탁소리만
다독이고 있구나.
글
아내에게
― 생일을 축하하며
아내의 향기는
청국장 맛이다.
하루의 눈금 위를 초침처럼
수없이 더듬으며
가문 날에도 흠뻑 젖어 있는
당신의 손은
나이보다 더 많은 주름살로 덮여 있다.
식구들 생일은 꼼꼼히 챙기며
자기의 생일은 잊어버리고
신 새벽 아이들 아침 준비로
미역국도 굶은 아내여
생활의 아픈 멍울 가슴으로 싸 안으며
얼굴엔 항시 햇살 같은 웃음으로 집안을 밝혀
바라보면 고향같이 편안한
당신 앞에 서면
나는 일곱 살 철부지가 되지만
오늘은
소중한 줄 몰라서 더욱 소중한
단풍이 곱게 물든 당신의 가을 가슴에
장미꽃 한 다발 안겨주리라.
색색의 눈빛으로 말하는 꽃들의 눈짓에 담아
마음속에 묻어 둔 사랑의 촛불을 밝혀
내가 지워 준 생활의 짐을 벗기고
웃음 속에 내비치는 외로움의 그늘을 지워 주리라.
글
대청호 낚시질
놓아두고 간 그리움들이
물이끼로 돋아올 때쯤
호심에
줄을 던지면
삭지 못한 아픔들이 입질 하네.
물비늘 반짝이는 옛집 마당에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건져올리고
진달래꽃 낯붉히던
이웃집 누이의 속마음도 건져올리고….
짐을 싸들고 뒤돌아보며
돌아 나설 때
안타깝게 손 흔들던 느티나무 언저리
고향은 거기 가라앉아서
천 년 산 그림자로 굳어 있네.
글
마곡사
연
화 교
건 너 서 면
솔바람 풍경소리
향내
서 린
잎 새 마 다
불경 소리 담겨 있고
법
계 를
지키고 서서
침묵하는 오층석탑
깨어진 돌부처에
염화미소 어리인 땅
잠 못 드는 노승의
천수경에 달은 지고
불심은 태화천에 녹아
사바세계로 흐른다
글
공주(公州)에서
친구여!
막걸리 몇 잔에 취해 별을 줍던
금강 변 백사장엔 오늘도 별이 내리느니.
가을이 석양빛 꽃물로
곱게 물들인 산성공원 오솔길로는
영은암 종소리가 늦바람으로 달려가느니.
몸이 떠나 삼십 년
마음마저 멀어져
목소리 아득한 나의 친구여
다시 금강 변 모래밭에 서면
그리운 모습들 보일 듯하여
갈바람 갈피에 숨어 찾아왔더니
강물은 어제처럼 흘러가는데
정다운 얼굴들 보이지 않네.
知天命 지나보낸 우리 나이에
무슨 더 큰 욕심 있으랴.
추억이 곱게 접히는 밤에
다시 어깨동무하고 막걸리 집 찾아
흥청거리며 걷는 발길엔
스물 다섯에 놓아두고 간
우리 젊음이
프라타너스 잎사귀처럼 지천으로 밟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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