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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2 백목련
- 2007.08.01 고무신― 思母 十題 3
- 2007.07.31 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 2007.07.29 임종 ― 思母 十題 1
- 2007.07.28 정안수
- 2007.07.27 대전(大田)
- 2007.07.26 하회탈
- 2007.07.25 조선 소나무
- 2007.07.24 정(情)
- 2007.07.23 대추
글
백목련
옥양목 치마 저고리
장롱 속에 묻어 놓고
겨우내
설레임을
가꿔오신 어머님
봄 오자
곱게 차려입고
봄나들이 나오셨네.
글
고무신
― 思母 十題 3
화톳불 연기가
밤 새 울음소리 지우고 있다.
사잣밥상 아래
백목련 꽃 두어 이파리
어머님이 벗어 던진 이승의 신발
까맣게 지워진 세상이라
더욱 하이얀
한 켤레
적막을 신고
나의 유년시절은 떠나고 있다.
벗겨도 벗겨도 추억의 껍질 남아 있는
고향집 뜰에
오늘도 내 어린 날 살구꽃은 지는데
어느새 이만큼 걸어와 뒤돌아보는
지명(知命)의 내 머리칼에
거뭇거뭇 남아 있는 어리광 싣고 가려고
밤 새 울음소리 지워진 세상
어머님 고무신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다
글
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잔이 내려졌다. 발인제도 끝났다.
상두꾼들은 꽃상여를 메고
마당을 한 바퀴 비잉 돈다.
다시는 못 돌아올 문을 나서면
상두꾼들 노래 소리에 곡소리는 묻히고
철없는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젯상 앞의 떡들을 들고 뛰는구나.
뜰 앞의 살구나무는 몇 잎
꽃잎을 뿌려 손을 흔들고
한 발짝 한 발짝씩 떠나가는 길
다시 못 올 청산인데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고 웃고 떠들며
인생의 또 한 고개를 넘는다.
오르막길 오를 때마다 상여는 멈춰 서고
상주들은 너도나도 돈을 거는데
어머님은 빈 손 맨발로 떠나
저승의 어느 주막에서 울고 있을까.
눈물로 씻고 보면 생전에 걷던
초록빛 발자국 점점이 찍힌 길
요령잡이 만가소리 점점 빨라져
조객들 어깨춤 들썩이는 사이로
어머님 흔적 지우는 연기
내 가슴으로만 내 가슴으로만 따라 오는데
두견새 울음소리로 핏물 젖은 곡을 할꺼나
푸른 봄 하늘에
눈물을 말릴꺼나.
글
임종
― 思母 十題 1
까마귀 울음소리가 물고 가는
어머님 이름
간절한 눈물로 피워낸
진달래꽃 수만 송이로도
어머님 발걸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다 놓고 떠나시는 어머님 빈 손
육 남매를 묶어 놓던
분홍빛 질긴 끈 위에
우리는 하나씩 손을 얹어 드렸습니다.
철성산 산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어스름 따라
남가섭암 목탁 소리가 내려옵니다.
우리를 위해 부처님께 비시던 입술은 굳어
아무 말씀도 하실 수 없고
이제 어머님을 위해 내가 두 손을 모아봅니다.
시냇물들은 어제처럼
제 몸들을 부딪쳐 거품을 피워내고
어머님을 위해 서둘러 달려온 봄은
버들강아지 가지마다
몸부림치며 불꽃 피우는데
어머님 이름이 지워지자
고향 빛깔은
막막한 어둠으로 변했습니다
글
제2부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진달래 개나리
생기 있게 피어나는 봄날,
세상 일 모두 놓으시고
훌훌히 떠나신 어머님께
이 작은 노래를 바칩니다.
정안수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을 깨면
이지러진 새벽달빛 창호지에 창백하고
찢어진 문틈으로 보던 어머님의 합장한 손.
한 대접 정안수에 밤 하늘 별을 담아
새벽녘 꿈을 헹궈 자식들 복 비는 마음
살포시 지은 미소에 성스러운 그 눈빛
소쩍새 울음 따라 꽃신 신고 떠났어도
인생 길 어두운 밤 문득문득 밝혀주는
정안수 대접에 담긴 어머님의 큰사랑
글
대전(大田)
계룡산 산자락 아래
늘 넉넉한 마음으로
순하디순한 사람들 모여 사는 곳
백제의 순결이 핏줄마다 남아 있어서
양남(兩南)에서 올라오는 억센 바람도
한밭에서 닦여지면
지순한 목소리가 된다.
금강 물도 여기 와서는
낮은 음성으로 흘러가지만
낮은 곳에서 빛처럼 일어서서
무너지지 않는 큰 힘이여!
가슴 넓은 사람끼리 어깨동무하고
우리 이웃들을 서로 아끼며
골목마다 웃음소리 넘쳐나게 하자.
글
하회탈
이노옴
호령하면 입 꼬리에
미소 일어
봄 호수에 물결 지듯
이랑이랑
번지더니
하회탈
온 얼굴 가득
햇살웃음 익었다.
지워도
날이 서는 아픔을
다독이며
질펀한 농마당엔
신분도
수유인걸
한 세상
흥타령으로
슬픔 맑게 씻은 얼굴.
글
조선 소나무
등 굽혀
팔을 벌려
새 둥지 품에 안고
골물소리 모아다가
산 정기를 빚어내어
청청한
저 목소리로
산을 지키는 어머니.
절벽에
휘늘어져
인간을 굽어보며
하늘 음성 모아다가
발밑에 지란을 길러
산 마음
바람에 실어
물 아래 마을로 띄운다
글
정(情)
가난해도
웃음소리가 늘 담을 넘어오는 집은
앞마당에 햇살이 더 오래 머물고
햇살이 달궈놓은 울타리 틈틈마다
호박처럼 사랑이
더 실하게
여물고……
글
대추
초록빛 그늘 뒤에 숨어
한여름 햇살 받아
단 맛으로 달구어져
부리부리 익은 사랑
정염은 두 볼에 와서
모닥불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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