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시/제6시집 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에 해당되는 글 110건
- 2020.04.08 꽃
- 2020.04.08 백마강 물새 울음
- 2020.03.18 반쯤 핀 동백 같이 -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 2020.02.14 섬
- 2020.02.07 꽃 한 송이의 기적
- 2019.12.30 은행나무에게
- 2019.12.03 12월의 장미
- 2019.11.22 평화
- 2019.11.05 도담삼봉
- 2019.11.03 나이의 빛깔
글
꽃
향기 있는 사람끼리
마음 비비며
저런 빛깔로
사랑했으면 좋겠네.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저런 말씀으로
살았으면 좋겠네.
2020. 4. 8
글
백마강 물새 울음
백마강 물새들은 아직도
백제 말로 운다.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궁궐터에 가서
연화문蓮花紋 기와를 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백마강으로 와서
고란사 종소리와 화답和答한다.
백마강 물새 울음엔
피를 통해 전해지는
향기 같은 게 있다.
하오下午의 물그림자가 담고 있는
풀꽃들의 춤
듣고 있으면 어깨부터 출렁이는
신기神氣 같은 게 있다.
2020. 4. 8
『시와 정신』72호(2020년 여름호)
글
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호(2020년 5월호)
글
섬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글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호(2020년 3월호)
글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호(2020년 봄호)
글
12월의 장미
한 철의 사랑만으론
목이 탔는가.
너무 뜨거워 서러운
내 사랑이
바람의 채찍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눈보라 속에 핀
장미를
불장난이라 탓하지만
어쩌겠는가.
참고 참아도 활화산처럼
터져버리고 마는 마음인데…
2019. 12. 3
『대전문학』90호(2020년 겨울호)
글
평화
평화는
나만 착하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굶는 이웃에게 밥을 주고
내 힘을 깎아내 어깨를 맞춰주고
나 혼자만 칼을 버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아!
모두 잃은 후 목선을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목숨을 구걸하러 다니려느냐.
평화는 내가 약해져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주 강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019. 11. 22
『충청예술문화』93호(2019년 12월호)
글
도담삼봉
신선의 마을이 바로 여기인가.
남한강 물새 울음에
세 개의 암봉巖峰이
그림같이 떠있고
장군봉에 터 잡은
육각 정자엔
한가로운 구름 그림자 걸려있다.
흰 두루미 한 마리
물에 잠긴 전설 건져 물고
삼봉 선생을 태우러 가는고.
강안江岸에 빈 배 홀로 누워
기다림이
적막으로 멋스럽다.
바위에 앉아 넋 놓고
삼봉에 취해있다 보니
해는 어느새 서산에 기울었더라.
2019. 11. 5
『문학사랑』130호(2019년 겨울호)
『대전PEN문학』38호(2021년 6월호)
글
나이의 빛깔
나이는 마음이다.
스물이라 생각하면 가슴에서
풀잎의 휘파람 소리가 나다가도
일흔이라 생각하면
은행잎 노란 가을이 내려앉는다.
일흔이라도
스물처럼 살자.
언제나 봄의 빛깔로 살아가자.
2019. 10. 3
『시문학』581호(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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