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72건
글
세차를 하며
타이어를 닦는다.
물줄기 돋워 배설을 하듯
폭포처럼 힘차게 뿌린다.
진흙이 씻겨 나가고
구석구석 배어든 지난겨울의 잔재殘在
염화칼슘의 독기마저 흔적없이 지워지고
마지막
내 의식에 잠재潛在된
고양이 비명소릴 씻는다.
떡칠하듯 세제를 발라
솔로 박박 문질러도
어느 저녁 어스름 무심코 깔아버린
고양이의 단말마斷末魔
피나도록 피나도록
타이어를 문지르며
서툰 呪文을 외어봐도
자동차 바큇살에 묻어 끝까지
따라올 것 같은 예감
야옹!
야---아옹…….
2012. 3. 9
글
경칩 일기驚蟄日記
차 마시다 창 틈으로
봄빛 새론 산山을 본다.
표구表具 하지 않아도
늘 거기 걸린 풍경
익숙한 녹차 맛처럼
눈 감아도
다가온다.
한사코 초록빛을
놓지 않는 산山이기에
시드는 난蘭을 위해
창窓을 열고 산山을 맞다.
성긴 잎 사이에 꽃대
혼불 하나
켜든다.
2012. 3. 6
글
麻谷寺에서
저녁 범종梵鐘소리가
사바세계로 건너갑니다.
종신鐘身을 들어 올린 용뉴龍紐의
용음龍音으로 일어서서
오층석탑 가슴 언저리를
한 바퀴 돌고
잠든 풍경風磬소릴 깨워 어깨동무를 합니다.
대광보전으로 날아들어
부처님 입가에 떠도는
미소를 조금 퍼 담아
칠채 빛 소리로 극락교를 건넙니다.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을 나설 때
저녁 예불 범창梵唱소리 따라 나섭니다.
모든 소리들이 숨을 죽입니다.
이제 저 부처님의 손길이
태화산 솔바람에 기척을 숨기고
지친 사람들의 처마 밑으로 스며들겠지요.
마음속에 칼을 품은 사람은
칼을 내려놓고,
삼화三火에 떠는 사람들도
번뇌를 내려놓을 것입니다.
욕계欲界의 황혼이 정결한 어둠에 가라앉고
다시 어둠을 쓸어내듯
맑게 씻긴 하늘에 연등처럼 초승달이 떠오릅니다.
청명淸明의 숨결이 연둣빛 생명으로 어리는
벚나무 곁에
나는 조그만 돌부처로 서 있습니다.
범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동안은
반쯤 깨어져도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돌부처의 미소를 연꽃처럼 피운 그대로…….
2012. 3. 3
글
찔레꽃
삘기, 찔레 꺾어먹다
소쩍새 소리에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서 반 수저씩 훔쳐 먹다,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밥주걱을 가져다가 열댓 번 퍼먹으니 밥 소쿠리 다 비었네.
서녘 산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내 얼굴, 하얀 찔레꽃…….
2012. 3. 1
글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글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글
부처님 미소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자비慈悲
닮을 수가 없다.
마곡사 범종소리로
욕심을 씻고
탑을 돌면서 마음을 비워 봐도.
이순耳順을 지나면서
내 마음의 갈대밭에 연꽃을 피워보려는
평생의 꿈을 버렸다.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평화平和.
2012. 2. 20
보호글
봄날에 기다리다
2012. 2. 5. 08:42
보호되어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글
붉은 산
된서리 쏟아진 아침
시루봉 정상頂上에
몇 잎 붉은 물 번지더니
무심히 방관傍觀하는 사이
온 산이 불타듯
단풍으로 점령占領되어 버렸다.
초록의 살밑에 초록인 듯
초록인 듯
한여름 숨어 살다가
때로는 초록보다 더 진한
진초록으로 위장僞裝하고 있다가
칼바람 하나 입에 물고
순식간에 온 산을 지배支配하는
빛의 반란反亂!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
단풍에 취해 넋을 잃고 살다 보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혹독酷毒한 눈보라가
온 산을 뒤덮는다는 것을.
2012. 1. 28
글
마티고개
속이 뻥 뚤려
시원하지?
물으면
버려진 길 더 야윈 고갯마루
목 길-어진
느티나무 꼭대기에
한사코 매달린 늦가을
저
기다림 하나…….
2011. 11. 10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