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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해당되는 글 529건
- 2020.04.19 들꽃
- 2020.04.17 강가에서
- 2020.04.08 꽃
- 2020.04.08 백마강 물새 울음
- 2020.03.18 반쯤 핀 동백 같이 -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 2020.02.14 섬
- 2020.02.07 꽃 한 송이의 기적
- 2019.12.30 은행나무에게
- 2019.12.03 12월의 장미
- 2019.11.22 평화
글
들꽃
나 들꽃이라 무시하지 마라.
못난 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도
나는
거친 땅에서 싹을 틔워
어두운 들을 밝힐 꽃대를 세운다.
폭풍이 불어
모든 꽃들 다 누워 일어서지 못할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불의不義에 맞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어선다.
밟을수록
더욱 끈질기게 일어나
꺾여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
어두운 세상 환하게 덮는다.
2020. 4. 19
『문학사랑』132호(2020년 여름호)
글
강가에서
저 물 흐르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더 자연스럽게
막히면 돌아가고
둑이 있으면
채우고 또 채워 넘어가는
강가에 서 있으면
세상 살아가는 바른 도리가
보일 듯도 하다.
작은 미움에도 갈기를 세워
분노의 물거품 일으키며
때로는 폭포로 떨어지던
산골 물소리 같은 젊음을 흘려보내고
이제는 하늘도 산도 가슴에 품고
아, 작은 잠자리 그림자
풀꽃들의 향기도 품으며
바람이 속삭이다 가는
시간의 어느 굽이를
어쩌다 이만큼 흘러왔는가.
바다가 보이는 삶의 하류에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섞여서 잔잔해지는
깨어지지 않을 평화를 보았네.
2020. 4. 17
『대전문학』88호(2020년 여름호)
글
꽃
향기 있는 사람끼리
마음 비비며
저런 빛깔로
사랑했으면 좋겠네.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저런 말씀으로
살았으면 좋겠네.
2020. 4. 8
글
백마강 물새 울음
백마강 물새들은 아직도
백제 말로 운다.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궁궐터에 가서
연화문蓮花紋 기와를 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백마강으로 와서
고란사 종소리와 화답和答한다.
백마강 물새 울음엔
피를 통해 전해지는
향기 같은 게 있다.
하오下午의 물그림자가 담고 있는
풀꽃들의 춤
듣고 있으면 어깨부터 출렁이는
신기神氣 같은 게 있다.
2020. 4. 8
『시와 정신』72호(2020년 여름호)
글
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호(2020년 5월호)
글
섬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글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호(2020년 3월호)
글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호(2020년 봄호)
글
12월의 장미
한 철의 사랑만으론
목이 탔는가.
너무 뜨거워 서러운
내 사랑이
바람의 채찍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눈보라 속에 핀
장미를
불장난이라 탓하지만
어쩌겠는가.
참고 참아도 활화산처럼
터져버리고 마는 마음인데…
2019. 12. 3
『대전문학』90호(2020년 겨울호)
글
평화
평화는
나만 착하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굶는 이웃에게 밥을 주고
내 힘을 깎아내 어깨를 맞춰주고
나 혼자만 칼을 버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아!
모두 잃은 후 목선을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목숨을 구걸하러 다니려느냐.
평화는 내가 약해져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주 강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019. 11. 22
『충청예술문화』93호(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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