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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25 가림성加林城의 가을
- 2016.10.21 낙화암
- 2016.10.19 외연도 가는 길
- 2016.10.06 노란 스카프
- 2016.09.30 대전시 문화상 수상
- 2016.09.28 슬픔을 태우며
- 2016.09.23 내 마음
- 2016.09.21 청춘에 고한다
- 2016.09.16 한 대접의 물
- 2016.09.09 추석 무렵
글
가림성加林城의 가을
백가苩加는 무슨 소망을 돌에 담아 쌓았을까.
가림성加林城의 가을은 억새 울음에 젖어있다.
상좌평上佐平에 있으면서 또 무었을 꿈꾸었기에
피로 일어났다가 피로 쓰러졌는가.
멀리 보이는 금강 하구엔 배 한 척 보이지 않고
부지런한 세월만 바다로 흐르고 있다.
역사 앞에 서면 인생 부귀는 한낱 구름인데
날리는 신문 조각마다 백가苩加가 살아있네.
글
낙화암
백마강으로 돌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썩다 만 모과처럼
낙화암은 늘 가슴이 아프다.
아침나절 신음하던 바람들이
절벽을 흔들다가 고란사 종소리를 따라간 후
비가 내렸다.
울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 종일 유람선에서만
조룡대 전설이 피었다 질 뿐
신라도 당나라도 없는 세상에
삼천궁녀의 한숨이 가슴에 닿아
꽃으로 피는 사람 있을까.
하구 둑에 막힌 절규들만 하루 종일
물새 울음으로 출렁이는 백마강을 내려다보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에도 촉촉해지는
천 년의 이끼가 되고 싶었다.
2016. 10. 21
『대전문학』 74호(2016년 겨울호)
『시문학』 2017년 8월호
『시학과 시』창간호(2019년 봄호)
글
외연도 가는 길
파도의 칼끝마다 햇살을 머금었다.
등 푸른 바다가 온통 불 밭이다.
내 삶의 덮개를 열고 우울증을 태운다.
달려온 뒷모습을 서둘러 지우는 배
접히는 바닷길 끝 홰를 치는 외연도여
포구에 갈매기 울음 먼저 나와 맞는다.
2016. 10. 19
글
노란 스카프
내 나이 가을에는
미운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뜰 앞 은행나무에
화해의 노란 스카프
가득 걸어놓고
내게서 마음 떠난 사람들
다시 돌아오라고
간절히 손 흔들고 있다.
커피 향 한 모금에도
눈물이 나고
진홍빛 사과 위에 머무는 햇살이
따스하게 가슴으로
다가오는 시간
내 나이 가을에는
미운 사람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란 스카프 흔들고 있다.
2014. 10. 9
글
글
슬픔을 태우며
미루나무 그림자가 노을 한 자락 걸치고 있는
금강 변에 서면
품고 온 슬픔이 없는데도 가슴에서 피가 난다.
착한 것도 죄가 되는가!
백제의 산들은 왜 모두 모난 데 없이 둥글기만 해서
적군의 발길 하나 막지 못한 것이냐.
나라 없는 백성들은 질경이처럼 짓밟혀서
꺾여도 꺾여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역사의 속살을 가리려고
바람은
투명한 수면에다 주름을 잡아놓는가.
짠한 눈물 몇 종지 스스로 씻어내며
세월의 골짜기를 흐르는 금강
강변에 불을 피우고
남은 슬픔 몇 단 불 속에 던져 넣는다.
2016. 9. 28
「문장」2017년 봄호(제40호)
『시문학』 2017년 8월호
글
글
책은
눈물을 지워주는 지우개
많이 아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글
한 대접의 물
해오라기는 서두르지 않는다.
가뭄에 밀리다
반달만큼 남은 마지막 물웅덩이
목숨끼리 부딪쳐 깨어지는
여기에서는
생명은 생명이 아닌 것이냐!
나는 갑자기
입술이 갈라터진 아프리카 소녀가 생각났다.
한 대접의 물로는
한 생명도 살릴 수 없지만
네가 부어주고 또 내가 붓다 보면
연못이 다시 넘치지 않겠는가.
2016. 9. 16
글
추석 무렵
들녘마다 음표音標들이 풍년가로 익어있다
귀뚜리 울음에 흥이 절로 녹아나서
가벼운 실바람에도 출렁이는 어깨춤
동산 위로 내민 달은 알이 통통 들어찼다.
아내는 냉큼 따서 차례 상에 놓자하나
온 세상 채워줄 빛을 나만 두고 즐기리.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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