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성加林城의 가을

 

 

백가苩加는 무슨 소망을 돌에 담아 쌓았을까.

가림성加林城의 가을은 억새 울음에 젖어있다.

상좌평上佐平에 있으면서 또 무었을 꿈꾸었기에

피로 일어났다가 피로 쓰러졌는가.

멀리 보이는 금강 하구엔 배 한 척 보이지 않고

부지런한 세월만 바다로 흐르고 있다.

역사 앞에 서면 인생 부귀는 한낱 구름인데

날리는 신문 조각마다 백가苩加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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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

낙화암

 

 

백마강으로 돌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썩다 만 모과처럼 

낙화암은 늘 가슴이 아프다.

아침나절 신음하던 바람들이

절벽을 흔들다가 고란사 종소리를 따라간 후

비가 내렸다.

울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 종일 유람선에서만 

조룡대 전설이 피었다 질 뿐

신라도 당나라도 없는 세상에

삼천궁녀의 한숨이 가슴에 닿아 

꽃으로 피는 사람 있을까.

하구 둑에 막힌 절규들만 하루 종일

물새 울음으로 출렁이는 백마강을 내려다보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에도 촉촉해지는 

천 년의 이끼가 되고 싶었다.

 

 

2016. 10. 21

대전문학74(2016년 겨울호)

시문학20178월호

시학과 시창간호(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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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 가는 길

외연도 가는 길

 

 

파도의 칼끝마다 햇살을 머금었다.

등 푸른 바다가 온통 불 밭이다.

내 삶의 덮개를 열고 우울증을 태운다.

 

달려온 뒷모습을 서둘러 지우는 배

접히는 바닷길 끝 홰를 치는 외연도여

포구에 갈매기 울음 먼저 나와 맞는다.

 

201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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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스카프

노란 스카프

 

 

내 나이 가을에는

미운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뜰 앞 은행나무에

화해의 노란 스카프

가득 걸어놓고

 

내게서 마음 떠난 사람들

다시 돌아오라고

간절히 손 흔들고 있다.

 

커피 향 한 모금에도

눈물이 나고

 

진홍빛 사과 위에 머무는 햇살이

따스하게 가슴으로

다가오는 시간

 

내 나이 가을에는

미운 사람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란 스카프 흔들고 있다.

 

 

201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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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문화상 수상

엄기창 관련 기사 2016. 9. 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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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임환·엄기창·이길식 씨 ‘대전시 문화상’

10월 12일 대전시청서 시상식

임연희 기자2016.09.29 13:25:16

▲대전시는 28일 문화상심사위원회를 열고 ▲예술부문 조임환 사진작가(왼쪽) ▲문학부문 엄기창 시인(가운데) ▲ 지역사회봉사부문으로는 이길식 한밭사랑봉사회 회원(오른쪽)을 각각 올해의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제28회 대전광역시 문화상 수상자로 조임환 사진작가와 엄기창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 부회장, 이길식 한밭사랑봉사회 회원 등 3명이 선정됐다.

대전시는 28일 문화상심사위원회를 열고 ▲예술부문 조임환 사진작가 ▲문학부문 엄기창 시인 ▲ 지역사회봉사부문으로는 이길식 한밭사랑봉사회 회원을 각각 올해의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예술부문 수상자 조임환 사진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대전광역시지회 자문위원으로 한평생을 장인정신으로 흑백사진을 고집하며 디지털사진 시대 속에서도 흑백사진에 대한 전통성을 전파하고 있다.

조 작가는 사진계의 원로로 흑백사진의 작품성이 뛰어나며,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에 귀감을 보여주고 있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문학부문 수상자 엄기창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 부회장은 교직에 있으면서 문학도들을 지도하고 학생문학 단체를 육성하는 등 후진양성에 기여한 바가 크고, 최근에도 시조집을 내는 등 줄기찬 창작노력․실험정신으로 한국 문학 저변 확대에 공헌한 면이 높이 평가되었다.

지역사회봉사부문 이길식 한밭사랑봉사회 회원은 봉사활동단체 회장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어려운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환경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서 봉사활동을 전개한 점이 인정되었다.

대전시는 이번에 선정된 3명의 문화상 수상자에 대해 오는 10월 12일  오전 11시 시청 대강당에서 문화원의 날 기념행사 때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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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태우며

슬픔을 태우며

 

 

미루나무 그림자가 노을 한 자락 걸치고 있는

금강 변에 서면

품고 온 슬픔이 없는데도 가슴에서 피가 난다.

 

착한 것도 죄가 되는가!

 

백제의 산들은 왜 모두 모난 데 없이 둥글기만 해서

적군의 발길 하나 막지 못한 것이냐.

 

나라 없는 백성들은 질경이처럼 짓밟혀서

꺾여도 꺾여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역사의 속살을 가리려고

바람은

투명한 수면에다 주름을 잡아놓는가.

 

짠한 눈물 몇 종지 스스로 씻어내며

세월의 골짜기를 흐르는 금강

 

강변에 불을 피우고

남은 슬픔 몇 단 불 속에 던져 넣는다.

 

 

2016. 9. 28

문장2017년 봄호(40)

시문학201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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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동시 2016. 9. 23. 21:53

내 마음



아빠가 꾸중을 하면

내 마음엔 삐쭉 삐쭉

가시가 돋네.


엄마가 칭찬해주면

내마음엔 팔랑팔랑

날개가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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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고한다

책은

눈물을 지워주는 지우개

 

많이 아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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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접의 물

한 대접의 물

 

 

해오라기는 서두르지 않는다.

가뭄에 밀리다

반달만큼 남은 마지막 물웅덩이

목숨끼리 부딪쳐 깨어지는

여기에서는

생명은 생명이 아닌 것이냐!

나는 갑자기

입술이 갈라터진 아프리카 소녀가 생각났다.

한 대접의 물로는

한 생명도 살릴 수 없지만

네가 부어주고 또 내가 붓다 보면

연못이 다시 넘치지 않겠는가.

 

 

201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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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추석 무렵

 

 

들녘마다 음표音標들이 풍년가로 익어있다

귀뚜리 울음에 흥이 절로 녹아나서

벼운 실바람에도 출렁이는 어깨춤

 

동산 위로 내민 달은 알이 통통 들어찼다.

아내는 냉큼 따서 차례 상에 놓자하나

온 세상 채워줄 빛을 나만 두고 즐기리.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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